길바람/경남권

창녕군 문호장사당 및 문호장 발자국

그리운 바람길 2014. 4. 3. 20:43

 

 옛날 영산고을에 억눌리고 수탈당한 백성들의 한이 만들어낸 초인이었던 문호장, 그가 남긴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현재 문호장 사당은 3곳에 있는데, 영산시장내, 영명사내, 죽사리 도로변에 있다. 매년 단오마다 실존인물인 문호장에 대한 제례봉행과 각종 굿 놀이 등 무속행사가 370여 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문호장은 그 본명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영산 구씨가(具氏家)의 외손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전(衙前)의 신분인 호방에 오랫동안 있었다 해서 '문호장'이라 불려진다. 문호장은 후손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죽은 후 그의 제사를 영산 지방 관가에서 차려온 것이 지금 '영산 단오굿'의 유래이다.문호장은 당시 관에 억눌린 평민의 원망과 한을 풀어주는 영웅 또는 신인(臣人)으로 알려져 있었다

 

 

 

 

 

 

 

 

 

 

 

 

 

문호장은 당시 관에 억눌린 평민의 원망과 한을 풀어주는 영웅 또는 신인으로 알려져 있었다.문호장이 영산 만년교 부근에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해 감사가 순무 중 영산현을 오게 되었다. 그리하여 감사의 거창한 행차행렬이 인산껄을 지나가게 되었다. 때마침 모내기철이라 농부들은 논에 물을 잡아 모내기 하기에 바빴고, 길가에는 점심 참을 담은 밥 광주리와 반찬 그릇들이 놓아져 있었다.

 그런데 감사의 행차가 길가를 지나면서 감사가 탄 말이 농부들의 점심밥을 밟아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감사가 탄 말의 네 굽이 땅에 딱 붙어버렸다. 감사는 채찍을 휘둘러 말을 움직이려 했으나 말의 발굽은 땅에 굳게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감사는 말에서 내려 마중 나온 영산현감에게 이 괴이한 이야기를 하고 그 연유를 물었다.

 영산 현감이 감사에게 그 까닭을 이야기하였다. "이 근방에 문호장이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조화로 말을 타고 지나갈 때는 간혹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감사가 노하여 문호장을 잡아들이라고 명령했다.

 그 때 문호장은 산기슭 나무그늘 밑에서 짚신을 삼고 있었는데 거창한 행렬이 농부들의 점심참을 짓밟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그래서 회초리로 땅바닥을 세 번 치면서 이렇게 외쳤다. " 저 발자국!"이 단 한마디에 감사가 탄 말의 네 굽이 땅에 들어붙고 말았던 것이다.

 나졸들이 짚신을 삼고 있던 문호장을 포박하여 감사 앞에 대령시켰다. 감사 앞에 잡혀온 문호장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하였다. "쌀농사는 지어서 나라님 섬기고, 부처님 공양하며, 죽은 조상 봉제하고, 산 부모 공양하며, 만백성이 양식하는 것인데 그러한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점심밥을 짓밟아서야 될 일 이기나 합니까?"문호장의 이치에 닿는 말에는 감사도 주저하였으나 체통 때문에 문호장에게 곤장을 매우 치라고 호령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곤장을 치면 문호장의 볼기에 닿기도 전에 곤장이 부러져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감사가 부젓가락으로 지지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시뻘겋게 단 부젓가락도 어이없게 얼음덩이가 되어 떨어질 뿐이었다. 화살을 쏘게 하였으나 화살이 문호장의 앞에 닿기도 전에 공중으로 치솟아 버렸고, 총을 쏘니 총구멍에서 물이 흐르고 총알 대신 개구리가 튀어나왔다.

놀라는 감사에게 영산현감이 이렇게 말하였다. "문호장은 도술을 부리는데 폐문루(閉門樓)를 뛰어넘는 재주를 가졌고, 호랑이를 타고 하룻밤에 수 백리를 간다고 합니다. 총이거나 칼이거나 그 무엇으로도 문호장을 다스릴 수 없습니다."그리고는 감사에게 문호장을 풀어줄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는 영산현감의 말을 듣지 않고 자인(경북 경산)으로 압송시켜서 그 곳 옥에 가두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그러고 나서 더욱 이상한 일이 생겼다. 문호장을 자인에 압송하고 돌아오는 나졸보다 하루 앞서 영산고을 관아에 문호장이 나타난 것이다. 감사가 놀라 문호장을 자인으로 압송할 때 보냈던 나졸들을 다시 자인으로 보내어 사실을 확인하게 하였다. 나졸들이 돌아와 문호장은 자인 옥중에 갇혀 있더라고 보고했다.

 감사는 어느 것이 진짜 문호장인지 또 문호장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문호장이 말하게 하였다."소인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소인에게는 소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소인은 소생이 없으니 소인이 죽은 뒤에 해마다 오월 단오날에 관가에서 소인의 제사를 차려줄 것을 소원합니다. 그렇게만 해 주시면 저를 죽일 방도를 알려드리겠습니다."문호장의 말을 들은 감사는 문호장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고을 원에게 말하여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감사의 승낙을 받은 문호장이 그제야 감사에게 말했다. "저를 죽이려면 지릅 껍질을 벗긴 삼의 줄기 한 개비면 족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양쪽 겨드랑이 밑에 있는 자그마한 날개를 보여주며 말했다. "지릅대로 여기를 살짝 치게 하십시오. 그러면 저는 죽을 것입니다."

 감찰사는 믿기지 않았지만 시험 삼아 사령에게 그러라고 명령했다. 지릅대를 구해온 사령은 문호장이 가르쳐준 대로 지릅대로 문호장의 겨드랑이에 난 날개를 살짝 쳤다. 그러자 문호장은 자는 듯이 숨을 거두어버리고 말았다. "허어! 위인을 죽였구나!"문호장이 죽은 후 감사가 뒤늦게 후회하고, 문호장의 장례를 후히 지내주었다. 그리고 영산현감에게 영을 내려 문호장의 소원대로 해마다 단오날에 영산현에서 제사를 지내주도록 했다. 그 뒤부터 감사의 명을 받들어 단오날 영축산 정상에서 문호장의 제사가 베풀어졌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를 단오굿 또는 호장굿이라 한다.(자료: 창녕군청)